I. 서 론
동북아시아는 세계 수산물의 생산, 가공, 소비가 집중된 핵심 권역이며 한국, 중국, 일본은 역내 교역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산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이와 동시에 소득 수준 향상 및 소비 고급화에 따라 주요 수입시장으로 성장하였다. 한국과 일본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2021년 기준 각각 52.7kg, 41.3kg으로 세계 평균인 20.5kg을 크게 웃도는 전통적인 수산물 소비국이며 두 나라 모두 국내 공급의 일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FAO, 2026).
세 국가는 생산, 가공, 소비 단계가 긴밀하게 연결된 수산물 교역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규모 내수시장을 갖고 있지만 수입한 수산물 원료를 가공해 재수출하는 거점 역할도 수행해 왔다(Asche et al., 2022).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중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두고 있지만, 가공 원료를 중국으로 보낸 뒤 현지에서 가공한 제품을 다시 수입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중국, 일본의 수산물 교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특정 국가에 대한 통상 조치가 역내 다른 국가의 수출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는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환경, 정치, 안보 문제가 통상 조치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WTO, 2025). 수산부문에서도 관세뿐만 아니라 위생, 환경 규제와 같은 비관세조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UNCTAD, 2017;Baylis et al., 2022).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8월 중국이 시행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조치이다. 해당 조치로 2020~2022년 평균 약 5억 달러였던 일본의 對중국 수산물 수출은 2024년 800만 달러 수준으로 급감하였다. 양국은 협상을 거쳐 2025년 6월 조건부 수입 재개를 발표했으나 같은 해 11월 외교적 여건 변화로 인해 수입이 다시 중단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중국을 대체할 소비시장, 가공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수출 구조 다변화를 추진하였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통상 조치가 양국 간 교역을 넘어 역내 수산물 교역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에 본 연구는 중국의 對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계기로 나타난 동북아 수산물 교역 구조의 변화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조치 시행 전후 중국의 수입선과 일본의 수출시장이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비교하고, 이 과정에서 제3국인 한국의 수출입에 나타난 변화를 무역전환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제재 및 수입금지에 따른 무역전환은 여러 연구에서 다루어졌다. Cheptea and Gaigné(2020)와 Boulanger et al.(2016)은 2014년 러시아의 농식품 수입금지 사례를 분석하였다. 이들은 판로를 잃은 물량이 제3 국으로 재배분되고 수입국의 조달처도 달라졌음을 보였다. Larch et al.(2024)은 구조중력모형을 활용하여 단방향 제재로 인해 제3국을 통한 무역구조로 재편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Fuchs and Klann(2013)은 비공식적 통상 보복이 대상국의 수출을 유의하게 감소시키지만 그 영향은 단기간에 소멸할 수 있음을 밝혔다. Dadakas and Tatsi(2021)는 중력모형을 이용하여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농식품 교역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국내에서도 통상 충격과 수산물 교역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유현정ㆍ주재우(2017)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對한국 경제 보복을 비관세장벽의 관점에서 검토하였다. 우석진 외(2025)는 오염수 방류가 국내 수산물 가격에 미친 단기적 영향을 분석하였다. 수산물 교역 분야에서는 김규민ㆍ김도훈(2018)이 한ㆍ미 FTA의 對미국 수산물 수출 효과를 분석하였다. 김대영(2025)은 일본의 수산물 수급 변화에 따른 한국 수산물의 對일본 수출 방향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통상 조치가 당사국의 교역이나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반면, 수입 제한 이후 수입국의 조달처와 수출국의 판로가 어떻게 달라지고, 이 과정에서 제3국의 교역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종합적으로 다룬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이에 본 연구는 중국, 일본, 한국의 품목별 수출입 구조를 비교하여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이후 역내 무역구조가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한국 수산물의 대중국 대체 수출 가능성과 일본산 수산물의 국내시장 유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분석 자료 및 방법
본 연구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중국이 2023년 8월에 시행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전후의 교역 통계를 바탕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수출입 구조 변화를 비교하였다. 한국의 수출입 통계는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서 중국과 일본의 수출입 통계는 Global Trade Atlas(GTA)를 이용하였다. 교역액과 교역량은 각각 달러(USD), kg을 기준으로 집계하였다. 분석 대상은 국가 간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통 적용되는 HS 6단위 기준 수산물 및 수산식품에 해당되는 코드로 설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을 포함하는 HS 제3류 전체와 식용 해조류(제1212.21호), 조제, 저장 처리한 수산물(제1604호 및 제1605호)을 포함하였다. 분석 대상 전체 HS코드는 국가별로 200여 개에 이르므로 <표 1>에는 세부 코드 대신 품목 범위를 제시하였다.
분석 기간은 수입금지 조치 시행일인 2023년 8월 24일을 기준으로 전후 각각 12개월로 설정하였으며, 이하에서 ‘조치 전후’는 이 두 기간의 비교를 의미한다. 분석 기간을 전후 12개월로 설정한 이유는 수산물 교역의 계절적 변동이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다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중국 정부의 대응 가능성은 공식 조치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시장 참여자는 수입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전부터 대체 공급처나 새로운 판로를 모색했을 수 있으며, 이러한 사전 대응을 기대효과(anticipation effect)라한다. 이러한 기대효과가 조치 전 교역 통계에 반영되었다면 단순 전후 비교에서 나타난 변화 폭은 수입금지 조치의 실제 영향보다 과소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분석 결과를 해석할 때 공식 시행 이전부터 시장의 사전 대응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였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對중국 수출 품목 구조는 특정 연도의 일시적 변동에 따른 영향을 줄이기 위해 2020~2022년 3개년 평균값을 기준으로 비교하였다.
분석은 다음의 두 단계로 진행하였다. 첫째,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변화를 살펴보고 다른 주요 공급국으로부터의 수입 변화와 비교하였다. 이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시장 변화와 중국의 경기, 소비 둔화 등 수입시장 전반에 공통으로 나타난 변화를 구분하여 해석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무역전환의 경로를 중국의 수입선 변화, 일본의 수출시장 변화, 제3국인 한국의 수출입 변화로 구분하고 품목 중심으로 교역 변화를 비교하였다. 조치 시행 이후 중국과 일본 간 특정 품목 교역이 감소하고 같은 기간 제3국의 교역액, 교역량 또는 시장 비중이 증가하면, 수입선이나 수출시장이 재조정된 징후로 해석하였다. 다만 이러한 통계 비교는 통상 조치와 교역 변화 간의 인과관계를 직접 확인하기에 적절한 분석방법은 아니다. 각국의 경기 및 소비 여건, 생산과 공급 상황, 환율 등 다른 요인도 함께 고려하여 결과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계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는 수출입 업체 및 관련 기관 담당자의 의견을 통해 보완하였다. 분석 과정에서 품목별 교역 변화에 대한 배경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 및 관련 기관에 전화 또는 서면으로 의견을 요청하였다. 주요 확인 사항은 품목별 거래 형태(활ㆍ신선, 냉동, 가공 등), 국내외 가공 및 유통 경로, 수입금지 조치 이후 거래 경로의 변화 여부였다. 수집된 의견은 통상 조치와 교역 변화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거나 업계 전체의 상황을 일반화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고, 통계에서 관찰된 품목별 변화의 배경을 해석하는 보조 자료로만 활용하였다.
Ⅲ.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현황
1. 중국의 對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전개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제한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시작되었다. 이후 중국은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식품에 대해 수입을 제한하였다. 대상 지역은 단계적으로 조정된 뒤 10개 도현으로 유지되었다1).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안전 기준에 맞게 처리한 뒤 해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하였다. 2023년 8월 24일 방류가 시작되자 중국 해관총서는 같은 날 오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중국 해관총서는 이를 자국 소비자 건강과 수입식품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였다2).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 적용되던 규제가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2. 중국의 對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효과
금수 조치와 관련된 변화를 파악하려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 변화를 중국 수입시장 전체 흐름과 구분해야 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중국의 수산물 수입에는 금수 조치 이외의 요인도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2023년 방역 조치가 완화된 이후에도 장기간의 봉쇄에 따른 경기 둔화가 이어졌다. 그 결과, 수산물 가공 및 소비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되었으며, 이는 특정 수입국에 국한되지 않은 공통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중국의 전체 수산물 수입액은 조치 전 250억 달러에서 조치 후 226억 달러로 9.5% 감소하였다. 국가별로는 캐나다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주요 상위 수입국은 대부분 수입액이 줄었으며, 이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은 전반적인 수입 위축을 보여 준다. 반면, 일본산 수입액은 5억 5,8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로 98.7% 감소하였다. 중국의 전체 수산물 수입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2%에서 0.0%로 축소되었다.
국가별 수입 감소율을 비교하면, 중국 수입시장 전반의 위축과 일본산 수입의 예외적인 감소를 구분할 수 있다. 중국의 對일본 수입 감소율은 다른 수입국에 비해 변동 수준을 크게 벗어난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금수 조치 시행 시기와 중국의 수입수요 위축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은 조치 이전에도 중국의 제12위 수입 대상국이었고 비중은 2.2%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조치가 중국 수입시장 전체에 미친 충격은 제한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3. 최근 동향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은 2023년 8월 전면 수입금지 조치가 시행된 이후 본 연구의 분석 종료 시점인 2024년 8월까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본 절에서는 이후의 정책 변화와 수입 동향을 추가로 검토하여 공식적인 조치 완화가 실제 교역 회복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였다.
일본 정부는 對중국 수산물 수출을 정상화하기 위해 2024년 9월부터 중국과 수입금지 완화 협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결과, 중국은 2025년 6월 후쿠시마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조건부로 재개한다고 발표하였다3). 그러나 같은 해 11월 양국 간 외교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재개도 중단되었다.
<그림 1>에 따르면, 조치 전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월 3,000만~7,000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2023년 9월 이후 급감하였으며, 이후 사실상 교역이 중단된 상태가 이어졌다. 2025년 6월 조건부 수입 재개가 발표된 이후에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았다. 2023년 8월 수입금지 조치 시행 당시 중국 정부는 기존에 등록된 일본 내 수산물 생산 및 가공시설을 일괄 취소하였다. 이에 따라 일본 측은 생산, 가공 시설을 다시 등록하고 수출에 필요한 증명서 발급 절차에 관해 중국 측과 협의할 필요가 있었다4). 이러한 경과는 수입 제한이 공식적으로 완화되더라도 실제 교역이 바로 재개되는 것은 아니며 시차가 있음을 보여 준다.
Ⅳ.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따른 무역전환
1. 무역전환의 개념
앞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3년 8월 전면 수입금지 조치가 시행된 이후 중국과 일본 간 수산물 교역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조치 시행에 따른 무역구조 변화를 ‘무역전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의 ‘무역전환’은 Viner(1950)가 관세동맹 분석에서 제시한 전통적인 의미5)와 달리, 통상 조치로 양국 간 교역이 제한되면서 수입국의 조달처와 수출국의 판로가 제3국으로 바뀌는 현상을 뜻한다. 따라서 중국과 일본 간 교역이 감소하는 동시에 제3국의 교역액, 교역량 또는 시장 비중이 증가한 경우를 무역전환의 징후로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중국에서는 일본 수입 감소와 제3국 수입 증가 또는 비중 확대를 ‘수입선 대체’로 보았다. 일본에서는 중국 수출 감소와 제3국 수출 증가 또는 비중 확대를 ‘수출시장 재배치’로 구분하였다. 또한 한국에서는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의 對중국 수출 증가를 ‘대체 수출’로, 일본산 수입량 증가를 ‘전환 물량 유입’의 징후로 판단하였다. 다만 본 연구는 조치 전후의 교역 통계를 비교하는 기술적 분석이기 때문에 통계상 관찰된 변화만으로 금수 조치와 교역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는 어렵다. 특히 품목별 교역 변화는 중국의 소비 및 경기 여건, 각국의 생산과 공급 상황, 환율, 계절성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조치 시행 전후에 나타난 교역 구조의 변화와 무역전환 가능성을 중심으로 결과를 해석한다.
수입 제한 조치에 따른 영향은 교역 주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수입국에서는 제한 대상국의 물량이 차단되면서 조달처가 제3국으로 바뀌는 수입선 대체가 나타날 수 있다. 수출국에서는 기존 판로가 제한되면서 수출 물량이 다른 시장으로 재배분되는 수출시장 재배치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두 흐름은 제한 대상국과 경합하던 제3국에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3국은 수입국 시장에서 대체 공급자로 진입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판로를 잃은 물량이 자국 시장으로 유입되면 공급 증가와 가격 하락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6). 따라서 통상 조치가 제3국에 미치는 순효과는 사전에 단정하기 어렵다. Larch et al.(2024)은 제재를 시행한 국가와 제재 대상국 간 교역이 크게 감소하는 동안 일부 제3국에서는 무역전환으로 수출이 증가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대체에 그칠지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질지는 공급 기반과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 개념을 본 사례에 적용하면 조치의 파급 경로는 4개로 구분된다. 첫째, 중국의 수입선 대체이다. 둘째, 일본의 수출시장 및 가공거점 재편이다. 셋째와 넷째는 한국의 對중국 대체 수출과 일본산 물량의 국내 유입이다. 다음 장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 순으로 무역전환 경로를 살펴본다.
2. 무역전환
1) 중국의 수입선 대체
중국의 전체 수산물 수입에서 일본산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내외로 낮았다. 그러나 품목별로 보면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가리비, 성게, 해삼, 참치를 중심으로 수입 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조치 전 가리비 전체 수입 대비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98.9%, 성게는 86.4%에 달하였다. 해삼, 참치의 경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3.2%, 28.7%로 가장 높았다.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4개 품목의 수입 구조는 서로 다르게 변하였다. 가리비와 성게는 일본 외 다른 공급국의 수입 비중은 확대되었지만, 전체 수입액은 크게 감소하였다. 가리비 수입액은 2억 9,900만 달러에서 600만 달러로, 성게는 1,00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로 감소하였다. 두 품목은 캐나다로부터 수입이 늘었으나 기존 일본산 물량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단기간에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기 어렵고, 그 결과, 전체 수입도 감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삼도 캐나다, 말레이시아, 한국의 수입 비중이 높아져 수입선이 일부 조정되었으나 전체 수입액이 감소하였다. 반면 참치 수입액은 50% 증가하였으며, 일본의 비중이 축소된 대신 미크로네시아, 한국, 스페인의 비중이 확대되었다. 참치는 일본산 공급 공백이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 증가로 이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품목별 변화에는 중국 내 수요와 공급국별 생산, 수출 여건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변화를 수입 금지 조치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2) 일본의 수출시장 및 가공거점 재배치
일본의 전체 수산물 수출액은 조치 전 26억 1,400만 달러에서 조치 후 18억 9,300만 달러로 27.6% 감소하였다. 조치 전 중국은 일본 수산물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22.7%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조치로 인해 이후 對중국 수출액은 5억 9,400만 달러에서 800만 달러 수준으로 급감하였고 비중도 0.4%로 축소되었다. 반면, 미국, 베트남, 태국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하였으며, 이는 중국과 홍콩으로 가지 못한 일부 품목이 다른 소비시장이나 가공 거점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일본이 중국에 주로 수출한 품목은 가리비, 해삼, 참치, 해파리 등이었다. 특히 가리비는 2022년 일본의 對중국 수출액 가운데 57.2%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일본의 對중국 수출이 특정 품목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입금지 조치에 취약한 구조였다고 볼 수 있다.
품목별 수출 구조 변화를 보면, 대상국도 서로 다르게 변하였다. 가리비, 성게, 방어는 미국, 대만, 홍콩 등 최종 소비시장의 비중이 높아졌다. 반면 참치, 연어, 대구 등 일부 가공용 원료에서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확대되었다. 즉 중국이 담당했던 소비지 역할과 가공, 중계 거점 기능이 서로 다른 국가군으로 분산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는 수출시장별 수요, 생산 여건, 가격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수입금지 조치에 따른 인과적 결과로 단정하기보다 조치 전후 관찰된 교역 구조 변화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금수 조치에 대응하여 수출 대상국을 바꾸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조치 이전 일부 수산물은 ‘일본 생산→중국 가공→미국 소비’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통해 유통되었으며, 특히 가리비는 패각 제거와 같은 노동집약적 가공을 중국에서 수행해 왔다. 수입금지 조치 이후 일본은 가리비 등 수산물 원물의 자국 내 가공 역량을 높이고,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대체 가공거점을 확보하려하였다. 또한 중국 내수시장을 대신할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북미와 유럽에서 판촉 활동을 확대하였다7). 이와 함께 주요 수출국ㆍ지역에 설치한 수출지원 플랫폼을 통해 현지 일본 식품기업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규제 등 비관세장벽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EU 규제 대응을 위해 유럽 진출 일본 식품기업과의 의견교환회를 브뤼셀에서 개최하는 등 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졌다8).
3) 한국의 중국 대체 수출
한국의 대체 수출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먼저 중국 시장에서 한국, 일본 양국이 경합 관계에 있는 품목을 확인하였다. <표 9>는 조치 전 3개년인 2020~2022년 평균을 기준으로 양국의 품목별 對중국 수출 동향을 비교한 것이다. 해당 기간 일본의 對중국 수출 규모는 연평균 4억 8,500만 달러, 한국의 수출 규모는 6억 9,000만 달러였다.
양국의 對중국 수출은 규모뿐 아니라 품목 구성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일본의 최대 수출 품목은 가리비로, 전체의 27.6%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가리비를 중국에 수출한 실적이 없었다. 반면,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김은 전체의 16.3%를 차지했지만 일본의 김 수출 비중은 1.0%에 그쳤다. 따라서 중국에서 발생한 일본산 수입 공백의 상당 부분은 한국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실제 경합은 해삼, 참치, 굴 등 일부 품목에 한정되어 있었다.
조치 전후 한국의 대체 수출은 일본과 경합하는 일부 품목에서 관찰되었다. 그러나 수출 증가가 모두 조치 시행 이후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중국 정부의 우려가 이어지면서 일본산 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이에 따라 중국 수입업체가 공식 조치 이전부터 대체 공급처를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참치, 해삼, 굴은 2023년 8월 24일 이전부터 중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였다. 이는 정책 변화를 예상한 시장 참여자의 사전 대응, 즉 기대효과(anticipation effect)와 부합하는 흐름이다. 중국의 참치 수입국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8%에서 29.3%로 높아져 제2위 공급국으로 부상하였다. 이외에도 해삼은 자숙해삼, 굴은 요리용 냉동굴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그림 3>에서 보듯 이들 품목의 수출 증가는 지속되지 않았다. 증가 시점은 2023년 상반기부터 조치 직후까지의 짧은 기간에 집중되었다. 따라서 통상 조치로 수요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지속적인 수출 증가로 연결하려면 국내 공급 기반과 현지 수요 여건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2024년 이후에는 중국 내 소비 부진과 국내 원료 공급 제약으로 수출이 다시 감소하였다. 다만 수출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조치 시행 전에 발생하였다. 본 연구의 기간 구분상이 물량은 ‘조치 전’ 실적에 포함되므로 조치 이후의 변화가 실제보다 작게 나타날 수 있다. 결과를 해석할 때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와 시장의 사전 대응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4) 한국의 일본 수입 구조 변화
한국은 중국 시장에서 대체 수출국인 동시에 일본산 전환 물량이 유입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조치 전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1억 9,100만 달러에서 1억 6,300만 달러로 14.7% 감소하였다. 수입 단가는 kg당 5.4달러에서 4.4달러로 17.2% 하락하였다. 반면, 수입량은 3만 6,000톤에서 3만 7,000 톤으로 3.1% 증가하였다. 전체 수입액은 감소했지만 수입량 증가와 단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해진다. 일본으로부터의 가리비 수입량은 8.4% 증가한 반면, 단가는 13.9% 하락하였다. 방어도 수입량이 87.9%, 수입액이 22.5% 증가했지만 수입 단가는 kg당 12.6달러에서 8.2달러로 34.8% 낮아졌다. 이는 중국으로 수출되기 어려워진 일본산 물량 일부가 국내로 유입된 흐름과 맞물려 나타난 변화로 볼 수 있다. 다만 같은 기간 국내 방어 생산량 감소와 소비 수요 등 국내 수급 여건도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조치 전후 수입 통계 비교만으로 일본산 전환 물량 유입이 국내 가격 하락을 직접적으로 초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중국과 일본 간 통상 조치와 일본 수출시장 재조정이 국내 수입량과 단가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3. 소결
분석 결과는 조치 전후 동북아 수산물 교역에서 나타난 무역전환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의 교역 변화는 중국 수입시장 전체보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개별 품목에서 크게 나타났다. 조치 전후 중국의 전체 수산물 수입은 9.5% 감소한 반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은 98.7% 감소하였다. 품목별 수입 변화는 세 가지로 구분되었다. 가리비와 성게는 대체 공급국이 등장했으나 기존 일본산 물량을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면서 전체 수입이 크게 축소되었다. 해삼은 전체 수입이 감소하는 가운데 캐나다, 말레이시아, 한국 등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입선이 부분적으로 재조정되었다. 반면, 참치는 일본을 대체한 제3국으로부터 공급이 확대되면서 전체 수입도 증가하였다.
둘째, 일본산 수산물 수출은 용도에 따라 서로 다른 국가군으로 조정되었다. 가리비, 성게 등은 미국, 대만과 같은 소비시장으로, 참치, 대구 등 가공용 원료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에 함께 집중되어 있던 소비시장과 가공 거점 기능이 여러 국가로 분산되었다.
셋째, 한국의 對중국 대체 수출은 일본과 경합하는 일부 품목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의 소비 부진, 국내 공급 문제로 인해 지속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수출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공식 조치 이전부터 발생하였는데 이는 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사전 대응 가능성을 보여 준다.
넷째,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에서는 일부 품목의 수입량 증가와 단가 하락이 함께 나타났다. 특히 방어는 수입량이 87.9% 늘었지만 수입 단가는 34.8% 낮아졌다. 이는 일본산 수산물 중 전환 물량 일부가 국내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2023년 8월 중국의 對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전후에 나타난 동북아 수산물 교역 구조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무역전환 경로는 중국의 수입선 대체, 일본의 수출시장 및 가공거점 재배치, 한국의 對중국 대체 수출, 한국의 對일본 수입 변화로 구분하고 각 경로에서 나타난 교역 변화를 품목별로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조치 전후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일본산 수입 감소 이후 전체 수입 규모가 축소된 품목과 제3국으로 수입선이 바뀐 품목이 함께 나타났다. 일본은 중국을 대신할 수출시장과 가공거점을 모색하였다. 한국의 對중국 대체 수출은 일본과 경합하는 일부 품목에 한정되었고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한편, 일본산 수입에서는 일부 품목의 물량이 증가하는 동시에 단가가 하락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 국가의 통상 조치가 당사국 간 교역을 넘어 주변국의 수출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파급 양상은 기존의 품목별 경합 관계와 공급 및 수요 여건에 따라 달라졌다. 일본산 수산물의 對중국 수출 공백이 컸음에도 한국의 대체 수출은 일부 품목에 그쳤다. 이는 시장 공백의 규모가 곧바로 제3국의 수출 기회로 이어지지는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교역 변화는 역내 수산물 교역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된 결과라기보다 통상 충격과 시장 참여자의 대응이 결합된 단기적인 교역 재조정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외 통상 조치로 시장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수출 기회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실제로 공급할 수 있고 해당 시장에서 경쟁 관계가 형성된 품목을 선별해야 한다. 분석 결과, 참치, 해삼, 굴의 對중국 수출은 일본과 경합하는 과정에서 증가했지만 그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대체 수출 가능성을 평가할 때는 중국의 소비 수요, 경쟁국의 공급 여건, 국내 생산 및 원료 조달 능력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단기적인 대체 수요를 지속적인 수출로 연결할 수 있는 품목별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변국의 통상 조치로 기존 수출 물량이 국내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에도 대응해야 한다. 중국의 금수 조치 이후 국내에는 일본산 가리비 및 방어 수입량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수입 확대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산과 수입산의 출하 시기가 겹치면 산지, 도매가격이 하락하고 생산자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어가 수익성에 대한 실증 분석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방어와 가리비처럼 국내산과 일본산의 경합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관련 지표를 연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수입량과 수입 단가, 국내 산지 및 도매가격, 출하 시기, 생산비, 어가 경영수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셋째, 통상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 범위를 최종 수출입국에서 공급망 전체로 넓히고, 비관세조치 변화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산 가공용 원료의 수출 대상국은 중국에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동하였다. 이처럼 주요 품목별로 원료 생산국, 가공국, 최종 소비국을 연결하여 교역 경로, 가공 거점 등의 변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이 금수 조치를 완화한 뒤에도 시설 등록과 증명서 발급 등의 행정 절차가 중국과 일본 간 교역 재개를 제약하였다. 따라서 행정 절차, 위생, 검역 등 비관세조치 변화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본 연구는 조치 전후 교역 구조를 비교하였기 때문에 관찰된 변화를 금수 조치에 따른 결과로 단정하기 어렵다. 분석 기간에는 중국의 경기 및 소비 둔화, 환율, 생산 여건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시장 참여자가 공식 조치 이전부터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통계 비교의 한계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불변시장점유율(CMS) 분석으로 교역 변화에 대한 요인별 기여도를 분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력모형 등을 활용하여 경기, 수요, 환율 등 다른 교역 결정요인을 통제한 뒤 금수 조치와 교역 변화 간의 관계를 보다 엄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